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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시로 납치하다, 가을에 어울리는 시모음집

by 수희찬탄 2022.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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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해설이 동반된 책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 산다는 건 축복인 듯하다. 계절이 바뀌면서 보여주는 다양한 풍경은 감수성을 자극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마음을 쉬어가는 시간들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지금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는 가을이 우리 곁에 와 있다.

 

한 편의 시를 떠올리게 하는 스산한 바람과 하나 둘 떨어지는 낙엽들에 새삼 꺼내어 본 책이 있다.

 

전 세계 시인들이 쓴 좋은 시를 모아 놓은 '시로 납치하다'라는 류시화 시인의 시모음집이다. 평소 시를 소리 내어 읽는 낭송에 관심이 많은 필자는 이 책을 접하고 더욱 시의 매력에 빠졌다. 시는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운율에 맞추어 감정과 감성을 담아 펼쳐 놓는다. 그것에는 희로애락이 있다. 그리고 짧지만 강렬하다. 읽고 난 후 한참을 그 잔상 속에 머물러 시인의 의도를 궁금해하곤 했다.

 

이 책에서는 시 한 편마다 류시화 시인의 해설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덕분에 충분히 심도 깊게 시를 음미하며 이해를 할 수 있다. 시인에 대한 정보들도 이야기처럼 설명되어 시 한 편마다 드라마를 보는 듯한 즐거움이 있다. 용기를 주는 희망의 시어들과 공감을 일으켜 위로를 주는 시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시모음집 -류시화-

 

 

 

이 책의 매력

 

엮은이 류시화 시인은 말한다.

 

"이 시집을 펼쳐 읽는 순간 조심해야 한다. 노벨 문학상 수상 시인부터 프랑스의 무명 시인, 아일랜드의 음유시인, 노르웨이의 농부 시인과 일본의 동시 작가가 당신을 유혹할 것이다. 그럼 당신은 시의 해변에서 홀로 비를 맞아야 하고, 감정의 파도로 운을 맞추며 시의 행간을 서성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시인들의 물음에 답해야 한다. 인생은 물음을 던지는 만큼만 살아지기 때문이다. 시인들은 우리에게 말한다. '시인이 될 수 없다면 시처럼 살라'고.."

 

그렇다.

 

시인의 말처럼 이 책 속에 담긴 여러 시들을 읽으며 필자는 많은 위로를 받았다. 가끔 난해한 시어들이 등장해도 이어지는 류시화 시인의 해설을 통해 궁금증이 해소 되었다. 우리가 그림을 볼 때 저마다의 관점으로 바라보듯 한 편의 시 또한 그러하다. 하지만 시인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면 그로 인해 느껴지는 깊이감은 또 다른 세계에 대한 여행과도 같은 경험을 준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을 통해 이 가을 색다른 운치와 센티멘탈의 감성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 하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 - '모두 다 꽃' 하피즈

 

 

 

 

시 '모두다 꽃'에 대한 류시화 시인의 해설

 

겨울을 이겨 낸 장미가 봉오리를 맺었다. 봉오리는 망설인다. 단단한 꽃받침을 열어 심장부의 꽃을 드러내는 것이 두렵다. 추위와 벌레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그럼 봉오리는 어떻게 자신을 여는가? 바로 '격려'이다. 빛의 격려, 비의 격려, 기다림의 격려, 꽃을 품은 땅의 격려 없이는 꽃은 봉오리를 열 수 없다.

 

평생을 우주 연구에 바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말했다.

 

"우리처럼 작은 피조물들은 우주의 광대함을 오직 사랑을 통해서만 견딜 수 있다."

 

14세기 페르시아의 시인 하피즈는 아랍과 인도의 대표적인 시 형식 가잘(2행으로 된 연작 형식의 시)을 완성시킨 사람이다. 괴테는 동양의 지혜가 담긴 하피즈의 시에 감동받아 자신을 하피즈의 영혼과 쌍둥이라 말하고, 하피즈의 시에 대한 화답으로 '서동시집'을 썼다. 괴테의 평가로 가잘은 19세기 서양의 시형식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하피즈는 쓴다.

 

오늘 밤의 주제는 사랑. 내일 밤의 주제도 사랑. 우리가 나눌 대화의 더 좋은 주제를 나는 알지 못하네. 우리 모두가 이곳을 떠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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